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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포임팩트 B-Peach LAB 후기: 사이드프로젝트로 사회문제 해결하기

발행 시간 오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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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포임팩트에 지원한 이유

어떻게 테크포임팩트에 지원하게 되었냐고 물으면 명쾌하게 하나의 이유를 대기가 힘듭니다. 여러가지 점들을 거쳐 여기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개발자가 된 이유까지 거슬러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사회에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자가 된 이후에도 줄곧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생업에 치이다 보니 원래 목표했던 일들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시빅해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아무래도 활동을 강제하지 않다 보니 어떤 집약적인 결과물을 내기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진짜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어떤 문제를 잘 정의하고 그 문제를 정말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개발자가 문제 해결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개발자가 매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전문가에게 맡기고 개발자는 그 해결법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해결방법은 알지만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활동가를 돕는 것이 내가 사회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치열하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비영리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나고 싶어서 네트워킹 행사에 갔습니다. 그때 테크포임팩트 1기 커넥팅데이 행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대기업에서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궁금해서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때 드론과 AI를 이용한 돌고래 서식지 보호 관광 문화를 만드는 DVA LAB 프로젝트, 1형 당뇨병 환우를 위한 음식 영양성분 표준화하는 DAYSCOUT 프로젝트, 사회활동가의 지속적인 마음 돌봄을 위한 다이어리 앱을 만드는 MODY 프로젝트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테크포임팩트의 다음 기수가 열리면 꼭 지원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좀 안되었을 때 새로운 테크포임팩트 LAB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B-Peach LAB과 쉬운 글 번안기

이번 테크포임팩트에서는 9개의 LAB이 함께 했습니다. 건강 취약계층의 복약 상담을 돕는 케어링 노트 LAB,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피트니스 게임을 개발하는 Wheely-X Game LAB, AI 챗봇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돕는 누구나리포터 LAB,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탐지와 전력 추정 AI 모델을 연구하는 태양광 찾아볼 Lab, 느린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번안 AI 서비스를 만드는 B-Peach LAB, 농난청인과 문자통역사의 매칭을 돕는 소통의 확장 LAB, 백내장 진단이 가능한 AI 모델 서비스를 만드는 A(n) Eye LAB, 기술로 유기동물과 입양 희망자를 연결하는 포인핸드 LAB, 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해 드론 영상을 분석하는 웹 서비스를 개발 DVA LAB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B-Peach LAB에 참여했습니다. 최근에 웹 접근성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웹서비스 내 보조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게 웹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 자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요새 어린이나 노약자, 지적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영어로 되어 있는 글들이 많은데요. 이번에 B-Peach LAB의 모집 공고를 보면서도 느린 학습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정보를 더 쉬운 글로 풀어 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B-Peach LAB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B-Peach LAB은 피치마켓이라는 비영리단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피치마켓은 속도가 느려도 배움이 자랑스러운 일상을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컨텐츠를 제작해온 단체입니다. 피치마켓은 앞으로 경계선 지능인으로 많이 알려진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컨텐츠를 제작할 예정인데요. 쉬운 글로 번안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은데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끔 쉽게 번안한 글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개발진들이 모여 느린 학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 번안기 서비스를 만드는 B-Peach LAB이 만들어졌습니다.

배운 점

첫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기 때문에 회사 바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 잘 몰랐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다른 조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도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회사에서는 styled-components를 쓰고 있어서 tailwind를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데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면서 tailwind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고 왜 요새 많은 프로젝트에서 tailwind를 사용하는지 공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회사에서 계정 관련 기능을 구현해본 적이 없어서 사이드프로젝트에서는 계정 관련 기능을 꼭 구현해보고 싶었는데요. 계정 관련 기능을 구현하면서 폼을 많이 다룰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려웠던 점

그동안 제대로 사이드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개발자로 취업한 이후에 처음으로 회사 밖에서 제품 개발해보는 경험을 했는데요. 사이드프로젝트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개발 마감을 앞두고 메인 기능을 맡은 팀원 한 분이 잠수를 타셔서 제가 메인 기능을 개발하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설날 연휴 동안 본가 가서 개발만 하는 불효를 저지르는 등의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메인 기능이 구현하기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어서 개발적으로도 도전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꼭 미리 작업을 하고 서로의 작업 진척을 공유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마치며

모두 본업이 있는데도(특히 다들 야근이 많으셨는데도)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져 완성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팀원 한명 한명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AI 엔지니어들과 소통할 일은 별로 없는데요. 이번에 AI 엔지니어들과 협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AI 기능의 구현 방식에 대해 소통할 일은 별로 없어서 AI 엔지니어분께 발표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덕분에 번안을 평가할 때 어떤 지표들이 사용되었는지 알게 되어서 유익했습니다. 한편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2기에서도 계속 된다고 하니 제가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마저 돕고 싶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단체와 협업해 정말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도 정말 감사했고요. 주위분들에게도 테크포임팩트를 참여해보라고 꼭 추천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