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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회고 |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발행 시간 오후 11:55

자동차 사이드 미러의 아래쪽을 보면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올해 12월 한 달 동안 이 문구를 자주 떠올렸다.

2022년 3월 대통령 대선이 있던 날부터 매일 매일 참담하고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이 무력감을 이기기 위해서 작년까지는 성폭력 판례를 함께 읽으며 사법부 활동을 관찰했다. 판례를 살펴보니 법을 바꿨을 때 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올해는 입법부 활동을 관찰하기로 했다. 1년 동안 널채움에서 국회 관련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했다. 국회를 일하게 하려면 시민들의 감시가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사람들이 국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할까. 이게 1년 동안의 가장 큰 화두였다. 한국 사람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일하느라 바쁜 사람들에게 먹고 사는 것 이외의 것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봐도 좋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12월 3일 이후로 상황이 완전 뒤집혔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모든 국민에게 정치를 먹고 사는 문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전까지 일상에서 정치 얘기하는 것을 쉬쉬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 얘기를 한다. 광장에 나와서 구호를 외치고 거리를 행진한다.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지키기 위해 한밤 중에도, 출근길에도, 사람들이 발 벗고 나가 연대하고 함께 지켜보고 후원을 한다. 정말 먼 미래 같았던 일이, 사실 머릿속으로 그려본 적도 없던 일이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하룻밤 사이 일어난 기적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이건 틀렸다고 계속 목소리 내던 사람들, 싸우던 사람들 덕분에 사람들이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니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게 된다.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일단 한번 나가볼 용기를 얻게 된다.

12월 뿐만 아니라 올해 내내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 가까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 순간들이 많았다. 에디터 지망생이었을 때부터 선망해왔던 시빅해킹 활동을 해볼 수 있었던 것, 작년에 FEconf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우러러봤던 연단에 직접 설 수 있었던 것, 해커톤에서 하루 만에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배포까지 완성해본 것, 영어 울렁증을 이기고 영어로 발표해본 것, 영영 못 만들 줄 알았던 블로그를 만든 것, 해외 컨퍼런스에 Exhibitor로 참여한 것, 이젠 정말 스페인 워홀을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것,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오픈소스 기여에 성공한 것,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나랑 같이 일할 동료를 채용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 원하는 것은 뭐든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 등이 있다.

월별로 어떤 일이 있었나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다 의미가 있는 일들이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월별로 인상 깊었던 일들에 대해 몇 줄 적고 올해를 갈무리하려고 한다. 남들은 별로 안 궁금할 것 같지만 미래의 나 보라고 꽤 소상히 남겨본다. 그 달 도전한 일이 있다면 맨 위에 적었다. 스페인 관련된 건 다는 못 적겠지만 작은 것이라도 적어 봤다. 올해는 연극, 뮤지컬을 많이 안 봐서 재밌게 봤든 재미없게 봤든 일단 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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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자기세뇌 만다라트와 81개의 목표

1월에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81개의 목표를 세웠다. 주요 키워드는 스페인, 영어, 퍼스널브랜딩, 시빅해킹이었다. 애초에 너무 목표를 크게 잡았어서 대부분 못 지킨 게 당연했다. 하지만 또 은근 이룬 것들이 있어서 신기.


#힐링 신년 계획회 in 강화

작년에 자기암시 문장 만들기를 같이 했던 친구들과 강화에 놀러갔다. 눈썰매 타고 고기 구워 먹고 불멍하고 산책길에 강아지들 많이 보면서 신년 계획을 세웠다. 힐링과 보람을 둘 다 챙기는 일석이조 모임… 매년 하고 싶다.


#취미 뮤지컬 모임

작년부터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모임에 참여했었다. 1월엔 신년회를 하고 함께 뮤지컬 레드북을 봤다. 11월까지 매달 계속 만났는데 일단 1기는 마무리하기로 했고 나는 내년 일정이 불확실해서 빠지기로 했다. 늘 연극,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작품을 새로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뮤지컬 모임을 하면서 지금 내 안에는 하고 싶은 얘기가 별로 없구나 라는 걸 느꼈다.


#연극 아들에게

독립운동가 미옥 앨리스 현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1막 끝날 때 연출이 멋있었다. 보고 나서 나도 영어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월

#스페인 해봄단

스페인책방 멤버십 프로그램을 2월부터 시작해서 올해 내내 참여했다. 스페인 좋아하시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너무 좋고, 정말 다채롭게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다. 스페인 살이 조언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스페인에 대한 지식도 늘었다.


#커뮤니티 위민후코드 신규운영진 모집

2월에 위민후코드 신규운영진을 모집했다. 위민후코드는 지원해주신 모든 분과 온라인 커피챗을 한다. 그래서 정신없이 커피챗을 하고 일정 조율했던 기억이 난다.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커피챗에 참여해주신 기존 운영진분들께 감사드리며 어떻게 커뮤니티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커피챗 했던 분들 중에 다시 뵙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못 뵈어서 아쉽다.


#올해의영화 나의 올드 오크

시네큐브에서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를 보고 엉엉 울었다. 어디 가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물으면 켄 로치 감독이라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연극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심리치료 과정을 연극으로 만든 느낌의 작품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이 극을 보고 큰 위안을 얻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노래랑 밴드 세션이 참 좋았다.


#영어 Women in IT 소셜다이닝

Women in IT 컨셉으로 영어로 얘기하는 소셜다이닝 행사를 다녀왔다. 이때 영어를 너무 못해서 현타 왔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영어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는데…


3월

#취미 201P 보컬 공연

언젠가 밴드를 해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악기를 배우기는 힘들 것 같아서 201P의 보컬 레슨을 받고 공연을 올리는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3월이 진짜 너무 바빴어서 이걸 왜 한다 했을까 후회하기도 했지만 공연은 재밌게 잘했다. 까치산 자우림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노래 맞춰보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고 평소 안 부를 노래 불러본 것도 재밌었다.


#데이터 분노의 게이지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매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통계를 낸다. 매년 참여하고 싶었으나 시기를 놓쳐 참여를 못했다가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 기사가 정말 많았는데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셔서 작업하기 수월했다. 기사를 보면서 분노하는 일이 많았다. 이번 분노의 게이지 통계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른 정부에서 직접 통계를 냈으면 좋겠다.


#데이터 다크맵 투어 빅데이터 해커톤와 오픈데이터 데이

셰도우핀즈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서 길거리 괴롭힘 기사 크롤링과 라벨링 작업을 했다. 이어서 널채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 존맛국회 프로젝트 최신화 작업을 했다. 가게 상호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고 실제 가게 주소를 매핑하기 어려웠던 게 좀 아쉬웠다. 하지만 데이터 프로젝트를 찍먹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일 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올해 가장 바빴던 달이다. 한 달 반 만에 메인 피쳐 2개를 배포했고 공연도 올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채용도 했다. 약간 미칠 것 같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그래도 좋았던 건 이전까지만 해도 개발자로서 기능을 혼자 맡아서 만들어낼 자신이 없었는데 이때 열심히 구른 덕분에 좀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이번에 만든 피쳐는 내가 써봤을 때도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AI 이용한 기능을 처음 만들어봤다.


#스페인 카페알베르게와 산티아고 순례길

해봄단 모임으로 카페알베르게에 가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게 좋았다. 다음에 포르투갈 길로 걸어보고 싶다.


4월

#해외컨퍼런스 FOSSASIA

해외 컨퍼런스를 가보고 싶었다. 글로벌 오픈소스 컨퍼런스인 FOSSASIA가 올해는 베트남에서 열려서 한국 커뮤니티 연합 부스 운영자로 다녀왔다. 여행만으로는 경험하지 못했을 기업 탐방, 현지인과의 교류 등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한국에서 가신 분들 대부분 발표하셨는데 이 때 나도 기술 발표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해외여행 베트남 하노이 여행

코로나 이후로 첫 해외여행을 갔다. 한 달 동안 주말 근무 하면서 열일하고 피쳐 배포한 뒤 일주일간 베트남 하노이 여행을 갔다. 3일은 컨퍼런스 행사에 참여했고 4일은 회사 동료분들과 놀았다. 음식 가격이 저렴한데 너무 맛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쿠킹클래스를 들었는데 시장에 장 보러 갔던 게 재밌었다. 이때 슈가애플을 처음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고 그 후로 베트남 가는 사람들마다 슈가애플 먹으라고 말하고 다닌다. 하노이는 오토바이 문화가 진짜 충격적인데 그랩 오토바이 타본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시빅해킹 Call22 : 제22대 국회에 요구한다

4월 10일에 있었던 22대 총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묻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후보들 연락처 모으는 게 정말 큰 작업이었는데 여성단체 활동가분들의 힘으로 다 모을 수 있었다. 각종 여성단체 SNS에서 웹사이트를 공유했던 게 뭔가 감동이었다. 동의하셨던 분들 중 6명이 국회의원이 되셨는데 22대 국회에서는 강간죄 개정법이 통과될 수 있기를.


#스페인 Feria de Abril 파티

스페인에서는 4월에 세비야에서 ‘Feria de Abril’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스페인책방에서 한국의 페리아 데 아브릴 컨셉으로 파티를 열어주셔서 베트남에서 귀국하는 날 저녁에 참여했다. ‘세비야나스’라는 춤을 추며 노는 축제인데 세비야나스를 원데이클래스로 배우긴 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잘 못췄다. 그래도 재밌었다.


#백래시 Women Who Code closing

4월에 위민후코드 글로벌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되었다. 10년 넘게 지속되던 단체가 하루 아침에 해산하겠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었다. 전세계 테크 업계 사람들이 이 소식을 공유해서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때는 바뀐 지 얼마 안 된 임원진에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걸스인텍도 해산한 것 보고 DEI에 대한 백래시 영향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궁금하다.


#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매년 꼭 가고 싶은 영화제다. 중증장애인이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는 영화 <4월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 탈시설장애인이 장애인거주시설이 어떤 곳인지 말하는 영화 <우리는 말한다>, 이 2편을 인상적으로 봤다.


#국회맛집 존맛국회 회식

존맛국회 최신화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회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간 식당 상위 15위 안에 드는 운산에서 회식을 했다. 맛은 기억이 잘 안난다. 정말 비싸다.


#스페인 산 조르디의 날

스페인책방에서 산 조르디의 날 기념 카탈루냐 관련 강연을 열어주셔서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 북토크와 바르셀로나 MWC 강연을 들었다. 카탈루냐에 대한 지식이 +1 늘었다.


#연극 천 개의 파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었는데 볼 땐 흥미로웠던 것 같은데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난다.


5월

#올해의산 지리산 둘레길

만 30살 전에 지리산 가는 게 버킷리스트라 화대종주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초보에겐 어렵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었다. 그러다 WBC에서 지리산 둘레길에서 백패킹 할 사람들을 모집하길래 신청해서 다녀왔다. 둘레길이라서 안 힘들 줄 알았는데 60리터 배낭인가 짊어지고 올라서 그런지 정말 힘들었다. 고생 끝에 하늘호수차밭쉼터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노을과 탁 트인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백패킹을 WBC에서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스페인 세비야나스

세비야나스를 배우면 나도 페리아 데 아브릴에서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4주 동안 세비야나스를 배웠다. 4절까지 다 배우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못 박힌 플라멩코 구두로 바닥을 꽝꽝 내려치는 재미가 있었다.


#스페인 스페인어 공부

6년 전엔가 스페인어 과거형에서 멈추고 더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스페인어 과거형 수업을 다시 듣게 됐다. 스페인어로 된 스페인, 남미 전설 책을 읽는 모임도 시작했다. 거의 이해를 못하다가 불완료과거를 배우고 나서 전문을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다.


#힐링 노동절 피크닉

노동절에 한강공원으로 피크닉을 갔다. 날이 너무 좋아서 정말 온전히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다. 노동자를 위한 날을 아주 잘 즐겼다. 5월은 한 달 내내 날이 좋아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힐링 천안 여행

대학 동기 친구 고향인 천안을 이번에 처음으로 놀러갔다. 인생 첫 강아지 산책을 경험했다. 대형 청소년 강아지 두마리여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귀여움으로 다 이겨낼 수 있었다.


#연극 스카팽

코미디 연극 잘 안 보는데 스카팽 배우들 에너지가 대단해서 마음이 열린다고 느꼈다. 배우들은 참 대단하구나 다시 생각하게 됐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

더 라스트 리턴은 연극 취소표 구하려던 사람들이 극단으로 가게 되는 내용의 연극이다. 띠용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데 곱씹을 수록 생각해볼 질문들을 많이 남기는 연극이었다. 실제로 이 연극이 매진이어서 못볼 줄 알았는데 간신히 취소표 주워서 본 연극이라는 점에서 더 생각이 많아졌다. 윤혜숙 연출님 좋다.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

인정투쟁을 5년 전에 봤을 때는 나도 진짜 아무 것도 못 된 상태였다. 어떤 세계로든 진입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왜 나는 나 자신인 것만으로는 인정 받을 수 없나 하는 것 때문에 무력감을 많이 느꼈던 시기라 1막이 굉장히 와닿았던 것 같다. 이번에 봤을 때는 3막이 더 와닿았다. ‘나’가 아니라 보편의 대명사인 ‘그’가 되기를 선택하면서 자기소개할 때 더 이상 주절주절 변명하듯 소개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어졌지만 뭔가 ‘이대로 쇼 머스트 고 온 하는 게 맞는 건가?’하는 찝찝한 마음은 그저 찝찝한 마음으로만 두고 빨간 구두처럼 자의로는 춤을 멈추지 못하는 그런 현재 상황을 돌아보게 되는 연극이었다.


6월

#올해의바다 양양 서핑

양양서핑학교에서 서핑 배우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WBC 찬스로 파랑바람 페스티벌 초대권을 얻게 돼서 서핑 체험을 했다. 이번이 2번째 서핑 도전인데 이번에도 일어나진 못했다. 운동 신경이 없어서 오래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할 것 같다. 프로그램 중에 아침 조깅이 있었는데 630 페이스로 4km 러닝 뛰었다가 심박수 190인가까지 올랐다. 숨 차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어쨌든 해냄.


#올해의운명 페퍼톤스 콘서트

페퍼톤스 20주년 콘서트를 내 생일에 해서 “이건 운명이다!” 하고 망설임 없이 예매했다. 페퍼톤스는 21세기의 어떤 날을 부를 때 당일 날짜로 가사를 바꿔서 부르는데 “2024년 6월 23일 이 세상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라고 부르는 동영상을 찍기 위해 콘서트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일 초 모자 쓰고 서로의 생일을 쌍방 축하해주는 사진도 찍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스페인 빠델

스페인의 국민 스포츠인 빠델을 체험해봤다. 테니스와 스쿼시가 혼합된 스포츠라 테니스보다 더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재미있어서 꾸준히 해보고 싶었는데 용산 밖에 연습장이 없어서 포기했다.


#스페인 스페인 소도시 여행 강연

원래 소도시 여행을 좋아해서 스페인의 소도시 여행 강연도 재밌게 들었다. 역사를 알면 지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스페인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UoPeople 수업

미국 사이버대학교 수업을 등록했는데 그냥 거의 포기했다. 성적이 아주…


#커피챗 첫 채용 커피챗

채용 목적의 커피챗을 처음 해봤다. 할까 말까 많이 고민 됐는데 해보길 잘했다. 좋은 경험이 됐고 알고리즘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향방문 광주

6월에 광주 갔을 때는 아빠랑 산책을 많이 했다. 아빠는 자기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때는 아빠의 옛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연극 맥베스

농인 배우들이 연기한 달오름 맥베스는 연출이 진짜 감각적이고 힙했다. 한국수어가 연극이랑 정말 찰떡이라 느꼈고 농인들에겐 배우가 될 천부적 소질이 있다고 본다. 농인들을 약하고 불쌍한 존재로 보는 편견에 저항하는 의미로 느와르 장르를 선택한 거 아닐까 생각했다. 표정 연기와 소리꾼 소리 멋짐이 이세상 멋짐이 아니었다. 굿 장면 연출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보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못봤던 뮤지컬을 막공 전날에 지인 찬스로 보게 되었다. 생일 이브의 기적이라고 믿고 있다. 디어 에반 핸슨은 외로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은 좋은 공연이었다.


7월

#시빅해킹 존잘국회: 우리 국회 존잘 찾기

널채움에서 국회의원 의정활동 데이터를 모아서 웹사이트로 만들어보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 빠띠의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 프로젝트에도 지원했다. 12월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만났고 이 프로젝트 덕분에 뉴웨이즈도 알게 되고 정치 관련 의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 기획은 출석률, 발의 법안 개수와 같은 지표로 국회의원 중 몇 위인지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이런 정보를 보여주고 있는 사이트들이 있었다. 또 출석률, 발의 법안 개수가 정말 의미있는 지표인가 하는 물음이 있었다. 그래서 국회의원 프로필 데이터와 발의 법안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연어로 구하고 싶은 데이터를 쿼리하기, 국회의원들의 공동 발의 경향을 네트워크 그래프로 그리기와 같은 방식으로 프로젝트 방향을 바꿨다. 근데 비상계엄 이후 국회의원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많이 생겼는데 출석률 순위 보여주는 사이트가 바이럴 된 적이 있어서 오… 일단 만들어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예기치 않게 12월에 계엄 사태가 일어나면서 프로젝트가 다른 국면을 맞게 됐는데 여러모로 내게 의미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힐링 강릉 즉흥 여행

같이 사는 친구 생일에 강릉으로 즉흥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눈 감고 손으로 지도 한 복판을 찍어서 걸리는 곳으로 가자고 했는데 그 주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 전 날에 그나마 비 표기가 없는 강릉으로 가자 정했다. 전에 가보고 싶었다가 못갔던 선교장으로 숙소를 예매하고 기차도 예매했다. 그 전날까지는 비가 많이 왔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땐 날이 정말 좋았다. 안목해변에 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진짜 좋았다. 식당도 당일날 회사 동료분께 추천 받은 미트컬처라는 식당을 예약해서 갔는데 찐 맛집이었고. 테라로사에 커피 사러 갔는데 그 지점에 우연히 한길서가가 있어서 책도 읽고 사장님께 맛집도 추천 받았다. 우연이 만들어낸 순간들이 참 좋았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됐다.


#올해의덕질 캐럿랜드

인스타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아 세븐틴을 잠깐 좋아했었다. 스페인 캐럿 계정을 팔로우해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해봄단 찬스로 캐럿랜드 온콘을 봤는데 원래 하루만 가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이틀 다 갔다. 그러고 나서 장기 덕질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진짜 열심히 사는 아이돌 같아서 늘 응원하고 있다.


#스페인 행여혼신 강연

스페인책방 사장님 부부의 특별한 결혼 세레모니 이야기를 들었다. 신혼여행을 산티아고 순례길로 다녀온 얘기는 알고 있었는데 결혼식 대신 인디밴드 공연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열고 옆에서 책을 파는 이벤트를 여셨다고 한다. 심지어 실리카겔이 공연했다고. 멋지다. 산티아고 순례길 얘기도 재밌었는데 간 김에 빌바오 BBK 락 페스티벌 다녀오셨다는 것도 진짜 재밌고 좋아보였다. 나도 뭔가 결혼식 같은 걸 하면 진짜 재밌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페인 락 페스티벌 꼭 가고 싶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

안예은은 음악의 신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뮤지컬은 기세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뮤지컬. 반전 없는 결말이 반전이었다. 전설적인 음악가 오르페우스가 노래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저 사람이 오르페우스라는 게 납득될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과 연출이었다.


8월

#올해의도전 FEconf 라이트닝토크 발표

올해 최고의 도전. FEconf 라이트닝토크에서 발표했다. 첫 기술 발표였는데 FEconf에서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발표 울렁증이 있는데 위민후코드 분들의 영향을 받아 도전해볼 수 있었다. 웹 접근성을 주제로 발표한 덕분에 웹 접근성을 공부하는 계기가 됐고 웹 접근성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분들과 연결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랫동안 숙원사업이었던 블로그도 만들 수 있었다. 발표 준비하는 시간은 올해 가장 괴로운 시간 중 하나였지만 그래도 얻은 게 정말 많다. 앞으로도 발표 기회가 있으면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올해의갈등 일본 난카이대지진 경보과 FtO행 취소

8월 한달 동안 가장 많이 검색해본 키워드가 난카이 대지진일 것이다. 원래 일본, 대만, 한국 시빅해커들이 모이는 FtO 행사를 가려고 요코하마행 비행기와 숙소를 예매해뒀었다. 일본 여름 여행을 모두가 말린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특히 오봉 때는 절대 일본에 가지말라는 릴스가 매일 떴다. 그러던 와중에 난카이 대지진 경보가 떴고 일주일 전까지 매일밤 번뇌하다가 결국 취소했다. 이번에 FtO 행사를 꼭 가보고 싶었는데, 또 라이브클럽 공연 티켓도 예매해뒀었는데 못 가서 아쉬웠다. 그래도 이때 5일 동안 집에서 칩거하면서 그동안 밀린 과제들을 처리하는 시간을 보냈고 이런 시간이 나한테 필요했다는 걸 깨달았다.


#데이터 부스트코스 코칭스터디

올해 데이터 공부를 하고 싶었다. 작년에도 데이터 사이언스 코칭스터디를 신청했다가 OT 폼을 제출 안해서 못했었다. 생각보다 과제가 난이도가 좀 있었는데 일본을 안 간 대신 과제를 해내서 수료할 수 있었다. 그동안 데이터 사이언스 입문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는데 코칭스터디 수업과 과제가 알차서 뭔가 유의미한 입문을 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올해의콘텐츠 집이 없어 완결

올해 최고의 콘텐츠는 웹툰 <집이 없어>를 꼽고 싶다. 진짜 감동적인 작품이고 제대로 곱씹어서 감상을 글로 적어보고 싶은데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다.


9월

#해커톤 서울 임팩트 해커톤

작년에도 참여했었는데 경험이 좋았어서 올해도 참여했다. 저번엔 자기만의 글방 웹사이트를 만들자 마음 먹고 참여했던 거라 해커톤 경쟁에 참여했던 느낌은 아니었다. 올해는 진짜 해커톤 경쟁에 참여해보고 싶었다. 글로벌 해커톤이라 행사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우리팀은 다 아는 사람들이라 한국어로 대화했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나에게 맞는 여성단체를 찾아주는 MBTI 사이트를 만들자고 정했다. 정적 데이터를 보여주는 사이트라 개발적으로 챌린지는 없었는데 이 데이터를 만드는 게 문제였다. AI에게 어느 정도 리서치한 자료를 기반으로 여성단체를 MBTI처럼 분류할 수 있는 타입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진짜로 만들어줬다. 안에 들어갈 텍스트도 다 그럴싸하게 만들어줬다. tailwind도 처음 써보고 i18n 라이브러리도 이전에 안 썼던 걸 사용해봤는데 AI가 다 잘 작성해줘서 이때 AI의 힘을 실감했다. 하루 만에 공유 가능할 정도의 제품을 완성했고 이 경험을 통해 낯선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1분 가량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어 발표도 도전해봤다. 늘 짧은 시간 안에 개발해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데 이렇게 일단 그냥 막 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오픈소스 오픈소스 멘토링과 react-spectrum 기여

늘 오픈소스 기여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오픈소스 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4일 동안 실제 PR까지 올려보는 멘토링이었는데 스터디 리더분이 정말 무한 도움을 주시는 덕분에 멘토링 참여했던 모든 분이 PR을 올렸다. 4일째 되는 날 오프라인으로 만나 디버깅하고 PR을 올리는데 그 전날까지만 해도 내가 이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만 PR 못 올리면 어떡하지 걱정했었다. 하지만 리더님 조언 덕분에 react-spectrum 이슈를 해결하는 PR을 올리고 머지될 수 있었다. 누구나 오픈소스 기여할 수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많이 어렵게 느껴지면 멘토링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오픈소스 이슈를 잘 고르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오픈소스 생태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어떤 이슈가 내가 해결할 만한 이슈인지 파악하는 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때 기여할 프로젝트를 찾고 이슈를 선정하는 경험을 한 덕분에 오픈소스 코드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게 됐다.


#해외취업스터디 감자스터디

감자스터디를 계속 지원하려다 진짜 해외취업 준비할 때쯤 신청하자 해서 9월에 시작하게 됐다. 매 시간마다 과제로 5분 정도의 영어 PT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긴 했는데 그만큼 얻은 게 많다. 경력직으로 이직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보니 면접에서 프로젝트 경험이나 뭘 잘하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늘 자신 없어하면서 답변하면 감자님이 그거 성과 완전 맞다고, 한 게 많은데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냐고 자신감을 북돋아주셨다. 약간 얼굴에 철판 까는 기술을 연마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감자스터디하면서 현 영어 수준에 대한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술블로그 글또

개발자 시작했을 때부터 글쓰는 개발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기술 아티클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뭔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미 벌여놓은 일이 많았지만 이번이 글또 마지막 기수라고 해서 신청했다. 글또 덕분에 그래도 기술 아티클을 쓰긴 썼다. 발표 후기나 오픈소스 기여 후기도 글또 아니었으면 못 썼을 것 같은데 글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커피챗 웹 접근성과 디자인시스템

FEconf 라이트닝토크 때 웹 접근성 대응 경험을 나눠주셨던 분과 커피챗을 했다. 실제로 업무할 때 어떻게 웹 접근성 고려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과 디자인시스템 관련해서 여러 인사이트를 나눠주셔서 정말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스페인 스페인 친구랑 수다 번개

스페인 빌바오에 계신 더드로잉핸드 작가님과 짝꿍분이 서울로 여행 오셔서 함께 수다 떠는 번개 모임에 갔다. 예전에 콜롬비아 원어민 선생님이 스페인어 쓰시던 것 말고는 현지인이 스페인어 쓰는 걸 직접 보는 게 처음이었는데 알아 들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종종 해석을 해주신 덕분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재밌어서 막차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는…


#맥주챗 브루어리 드리븐 강북 개발자 모임

9, 10월 서울의 브루어리를 찾아 다니는 강북 개발자 모임에 나갔다. 이제 개발자 네트워킹 모임은 잘 안 나가는데 이 모임은 관심사가 비슷해서 갈 때마다 즐거웠다. 맥주 제조 공정에 대한 지식이 +1 늘었고 맥주와 삼겹살이 참 맛있었던 기억.


#남미 디아기따 도자기 워크샵

라빠라다에서 라틴아메리카 북부 지역 디아기따 문명의 패턴을 담은 도자기 볼을 만들었다. 진짜 오랜만에 느끼는 미술시간 감각이었다. 나름 귀엽게 생겼고 유용하게 쓰고 있다.


#영화제 여성인권영화제

도자기 만들고 나서 여성인권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연달아 3타임을 봤다. 나의 가해자 추적기, 싸우는 여자들, 식어빠진 수프, 나의 금발 여친, 그 후의 이야기를 봤다. 디지털 성범죄가 더 고도화되면서 딥페이크, 섹스토션 협박 피해 관련 영화들이 있었던 게 눈에 띄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

러닝타임 4시간 40분…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로 시간은 체감상 빨리 갔는데 파트2는 안 볼 것 같다.


10월

#시빅해킹 테크포임팩트 : 느린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자동화 AI 서비스

작년에 테크포임팩트 결과공유회에 참여한 이후로 올해 테크포임팩트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관심 있던 느린학습자 주제의 랩이 있어서 신청했고 함께할 수 있게 됐다. AI 기능을 개발해도 프론트에서는 api만 호출하면 그만이라 AI에 대해 잘 몰랐는데 AI 로직을 고민하시는 얘기를 듣는 게 흥미롭다. 아직 개발 작업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젠 진짜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NGO 지리산포럼

슬러기시해커스와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지리산포럼을 3일 동안 참여했다. 지리산포럼은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지리산에 모여 변화에 관한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고 사회 의제를 토론하며 자유롭게 교류하는 축제형 포럼이다. 주로 활동가들이 많았는데 각자 본인이 활동하는 분야에 대해 얘기해주시는 모습이 참 멋있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가이드해주시면서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도 참 좋았고, AI 윤리 관련해서 어떤 싸움을 하고 계신지 얘기해주신 것도 인상 깊게 들었다. 지리산에 아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졌다.


#감각 변화의월담 춘천 워크샵

작년에 ‘그럼에도 우리는’을 통해 알게 된 변화의월담 팀에서 펠로우십 초대를 해주셔서 춘천으로 1박 2일 워크샵을 다녀왔다. 정성껏 고르고 고른 선물과 포옹으로 환대받고 직접 기른 채소와 직접 내린 커피와 갓 구운 빵으로 건강한 식사를 하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놀이를 하고 서로 맞닿고 껴안으면서 내 몸의 감각을 깨우고 내 리듬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컨퍼런스 당근 테크밋업

올해 기업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피로해졌고 거의 신청을 안했는데 당근만 가고 싶어서 신청했다. 근데 알고 보니 신청이 안 되어 있었고… 하지만 트친님의 은혜로 초대권을 받아서 갈 수 있었다. 웹뷰를 잘 다루는 법에 관심이 많아 세션들도 유익했는데 당근 종사자와의 네트워킹 시간이 특히 좋았다. 다른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고 팀원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과자챗 대만 g0v 시빅해커

g0v에서 활동하는 시빅해커분이 동아시아 시빅해킹 커뮤니티를 인터뷰하고 계시다며 한국 온 김에 널채움을 찾아오셨다. 영어 리스닝 이슈로 못 알아 들은 부분들도 있지만 그냥 다른 나라의 시빅해커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덕분에 대만 과자도 먹을 수 있었다.


#건강검진 갑상선 이슈

건강검진을 했다. 선택검사로 갑상선 초음파를 받았는데 이상소견이 나왔다. 주변에 갑상선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 얘기를 종종 들었던 터라 걱정이 많았다. 추가로 피 검사를 받았는데 하시모토 갑상선염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앞으로 계속 약을 먹어야 하나 했는데, 일단 지금 약을 먹을 필요는 없고 6개월 뒤에 다시 진단 받으러 오라는 아리송한 진단을 받았다. 뭔가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하고 있는 건 없는데 앞으로 질병이나 약 먹는 거 있냐고 물어보면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멕시코 죽은 자의 날 파티

원래도 할로윈 때 뭘 하진 않았지만 이젠 할로윈하면 이태원 참사부터 먼저 떠오르게 됐다. 마음이 안 좋은 채로 있다가 스페인책방에서 죽은 자의 날 파티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할로윈과 비슷한 시기에 멕시코에서는 죽은 자들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1년에 한 번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의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라는 의미로 죽은 자의 날을 기념한다. 죽은 자를 기억한다는 날이라는 의미가 좋았다. 준비해주신 게 정말 많아서 즐겁게 잘 놀았다. 첼라다, 미첼라다를 만들어먹고 멕시코 관련 퀴즈도 풀고 게임도 했다. 알레브리헤를 잘 색칠해서 피냐타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국가적경사 한강 노벨문학상

<소년이 온다>를 읽고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생긴다면 그건 한강 작가님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떤 작가가 받았어도 기쁜 일이었겠지만 한강 작가님이 받으셔서 더 기뻤다. <소년이 온다>의 질문을 다시 곱씹어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영화 로봇드림

로봇드림 재개봉해서 겨우 봤다. 추천을 많이 받은 만큼 정말 좋았다. 대사가 없는데도 이렇게 다 이해가 되고 몰입이 되다니 신기했다. 중간중간 눈물 찔끔하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슬프지만은 않았다.


#연극 바다와 양산

작년에 함께 연극 공연을 올렸던 멤버 중 한 명과 연출님이 공연을 올려서 보러갔다. 그때 같이 공연했던 멤버들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연기에 대한 꿈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계속 연기를 도전하는 멤버들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


#올해의연극 연차대전

올해 가장 재밌게 본 연극이다. 무림 고수였던 주인공이 생활고로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얘기다. 내용 자체도 진짜 웃긴데 배우들 연기가 진짜 최고였다. 무협물에 나오는 개념들이 많이 나오는데 팜플렛에 의미를 적어 놓은 게 재밌었다. 재연하면 다들 보러가셨으면 좋겠다.


#연극 트랩

친구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희곡이 정말 재밌다며 추천해줬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걸 까먹고 “너 뒤렌마트 알아?” 물어봤다가 엄청 쿠사리를 먹었다. 그래서 후다닥 뒤렌마트의 희곡 <사고>를 읽어봤는데 정말 재밌었고 마침 그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을 하고 있어서 보러갔다. 희곡을 먼저 읽고 공연을 보니 연출자의 의도가 무엇일지 집중하게 돼서 흥미로웠다.


11월

#이사 이사

4년 만에 이사를 하게 돼서 정말 스트레스 받고 마음이 힘들었는데 회사 동료분이 알려준 매물이 운좋게 계약이 되어서 걱정보다 수월하게 이사할 수 있었다. 이로써 서울 동서남북을 재패한 사람이 되었다. 회사 다닌지 2년 반만에 직주근접을 얻어냈다. 통근길에 지하철을 안 타게 되니 화도 줄고 삶의 질이 올라갔다. 원룸으로 옮기게 되면서 드럼 세탁기가 한번에 돌릴 수 있는 양이 적다, 화장실 물기가 잘 안마른다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됐는데… 나름 해결책을 찾아가며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있다.


#데이터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 데이터톤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이하 데세바)에서 주최한 데이터톤에 존잘국회 프로젝트로 호스트를 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신기했고 그동안 했던 작업들을 흥미로워 해주시고 여러 의견을 주셔서 기뻤다. 그러면서 다시금 널채움 사람들은 뭘 해야 할 때 준비를 잘 안하는 것 같은데 막상 실전에서 잘 해내시는 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내공이 상당하다고 해야할까.


#공연 우리의 노래 연결의 노래 : 중증장애인 해고 노동자 연대 공연

해복투를 후원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랑, 이민휘, 미셸 자우너가 해복투 연대 공연을 한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보러갔다. 공연은 노란들판 노래공장 분들의 노래로 시작됐는데 그게 참 좋았다. 전에 연극 <등장인물>을 봤는데 그때 봤던 분들도 계셔서 반가웠다. 공연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다 정말 멋졌다. 민휘님 라이브를 직접 들은 게 신기했고 미셸 자우너가 <H마트에서 울다> 작가인지 나중에 알게 됐다. 그때 들은 노래가 좋아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음악을 무한반복으로 듣곤 한다. 또 스탠드 공연이 이젠 좀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됐다.


#커피챗 테크니컬 라이터

구독하고 있는 레터가 있는데 글이 참 좋아서 작년부터 레터 발행하시는 분을 만나뵙고 싶었다.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 공통점이 많아서 정말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테크니컬 라이팅의 본질을 다시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 게 정말 멋졌다. 스페인에 시빅해킹 커뮤니티가 있다는 반가운 정보도 알려주셨다.


#가족여행 가족 서울구경

작년에는 가족여행을 3번 갔었다. 올해는 내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가족여행을 못갔다. 대신 가족들이 서울에 와서 서울구경을 시켜줬다. 사실 어딜 가야할지 잘 감이 안왔는데 아빠가 잠실롯데타워랑 남산타워를 얘기하길래 둘다 데려갔다. 나도 둘다 가본 적이 없어서 둘이 정말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그래도 겨울이 늦게 찾아와서 남산에서는 단풍구경을 할 수 있었다.


#춤 훌라

트친님이 여는 훌라 원데이클래스를 수강했다. 이번 수업의 음악은 ‘Mele Kalikimaka’라는 하와이 캐롤이었는데 크리스마스에도 변함없이 밝고 따뜻하고 야자수가 흔들리는 하와이의 크리스마스가 가사에 담겨 있는 점이 귀여웠다. 선생님이 공연을 보여주셨는데 훌라만의 물결 같은 무브가 정말 멋졌다. 훌라는 꼭 미소를 지으면서 춰야 한다는데 웃으니까 진짜 더 즐거운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연극 시차

쏟아지는 비를 맞듯 속수무책으로 여러 사회적 참사를 통과해온 동시대인이라면 날짜만 보고도 떠올리게 되는 죽음들이 있고 그게 참 슬퍼지면서도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연극이었다. 또 너무 우울하지만도 않게 서사를 흥미롭게 풀어낸 좋은 연극이었다. 근데 이 연극 이후에도 애경 제주항공 참사가 생겼고 앞으로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픈 날짜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스페인 스페인덕후 네트워킹 파티

스페인책방에서 열린 스페인덕후 네트워킹 파티를 갔다. 원래 말라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축제를 즐기려면 바르셀로나를 추천한다는 얘기를 듣고 바르셀로나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예전에 아르헨티나 여행사에 무급인턴으로 일하러 가는 것을 고민했던 적이 있었는데 옆에 계신 분이 그때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르헨티나 인턴을 다녀오신 분이었어서 진짜 신기하고 반가웠다.


12월

#발표 DevFest Incheon/Songdo 발표

FEconf에서 같이 라이트닝토크 발표를 했던 분이 DevFest 연사자로 나를 추천해주셔서 DevFest에서도 발표를 하게 됐다. 한번 발표를 하면 기회가 연쇄적으로 생긴다는 걸 배웠다. 40분 짜리 첫 정식 발표 데뷔였다. 이번에도 웹 접근성으로 발표 주제를 정했는데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웹 접근성 대응을 잘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역시나 엄청 고통스러웠지만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발표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없어서 분석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는데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직접 사용해보고 분석한 내용을 글로 남겨보면 좋을 것 같다.


#국가적사건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 가결

12월 3일 밤 10시 23분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날 정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행히 계엄 해제가 됐지만 다음날 회사에 갔더니 어제랑 다를 바 없는 풍경이라 참 괴로웠다. 그래서 현 시국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약속만 남기고 나머지는 취소했다. 집회에 나가서 위안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 안하고 나갔을 때는 너무 증오스러워서 105명 이름과 얼굴을 다 외웠다. 그래도 시민들의 힘으로 탄핵 가결을 만들어낸 점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투쟁 남태령과 크리스마스 이브 행진

비상계엄이 있던 날, 무서워서 국회로 나가진 못했다. 남태령 대첩이 있던 날 밤도 그랬다. 다음 날 오후까지 계속되고 있는 걸 보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봉쇄가 풀렸다. 그덕에 트랙터 행진을 직관하면서 전날 밤 남태령을 지켰던 시민들이 이뤄낸 승리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메리 퇴진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갔다. 도로 한복판을 사람들로 꽉꽉 채워서 헌재 앞까지 다함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던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춤 발레핏 / 탱고 / 밸리댄스

변화의월담 워크샵에서 파트너와 마사지해주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때 파트너분이 나에게 춤을 배워보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특히 골반이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 기관이라 골반 쓰는 춤을 추천해주셨다. 그 말에 꽂혀서 12월에 3개의 춤 클래스를 등록했다. 세 춤의 음악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는 점도 재밌었고, 각각 중요시하는 부분이 다른 것도 재밌었다. 발레핏은 몸을 고무줄 당기는 것처럼 팽팽하게 늘리는 걸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고, 탱고는 파트너와의 교감이 중요한 춤인 게 인상적이었다. 밸리댄스는 첫 경험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술을 마시고 가니 꽤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벨리댄스는 다음 달엔 시간이 안 맞아서 못하게 됐는데 뭔가 해소되는 감각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등록해보고 싶다.


#커피챗 스페인 워홀러

스페인 워홀 다녀오신 개발자 분과 만났다. 그 분도 경험주의에 즉흥적인 거 좋아하는 스타일이시라 정말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하셔서 대화가 즐거웠다. 이제 캐나다 워홀을 생각하고 계시다고 해서 같이 힘내기로 했다.


#연극 타인의삶

김준한 배우 보려고 예매했는데 그사이에 시국이 연극과 닮게 되었다. 정확히는 계엄해제가 안됐다면 우리도 연극처럼 감청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국에 이 연극을 보고 있자니… 배우들도 어떤 생각하면서 연기할까 궁금해지는 연극이었다.


#연극 I don't care

돌봄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돌봄노동자들이 직접 연기하는 연극을 봤다.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스페인 스페인어 수업

스페인어 회화까지는 안되더라도 문법은 어느 정도 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업을 등록했다. 새해부터는 과제를 꼭 하는 것으로…


#시빅해킹 존잘국회 마무리

데세바 결과공유회를 하고 존잘국회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결과물을 제출하면서 프로젝트 과정에 대한 글을 작성했어야 했다. 내용이 궁금하면 여기서 확인하세요. 그간의 과정을 다시 돌아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프로젝트는 마무리했지만 질문이 남았다. 이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